커피믹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세계에서 커피믹스가 등장한 첫 무대가 우리나라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동서식품에서 처음 만든 인스턴트커피인 '커피믹스'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오면 꼭 사가는 필수 선물용 품목 중에 하나라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해외 유명 바리스타도 맛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는 커피믹스에 대해서 오늘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서식품
조선시대 고종황제 시절에 처음 한반도에 들어온 커피는 꽤나 긴 역사를 가진 기호식품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968년 5월 설립된 동서식품은 1970년 6월부터 '맥스웰하우스'라는 상표로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했습니다. 그때 당시 다방을 중심으로 커피를 즐기던 한국에서는 혁신적인 희소식이었습니다. 수입해 사용하는 원두커피는 비싼 데다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다방이 눈총을 받던 터였는데,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커피는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고 원가도 절감되었습니다. 원두커피를 확보하지 못한 다방 주인들이 미제 커피 찌꺼기에다 톱밥과 콩가루, 계란껍데기 등을 섞은 '가짜 커피'를 팔다 적발되기도 했거든요. 원두커피를 기준보다 조금 넣고 담배꽁초를 섞어 맛을 강하게 만들어서 판 이른바 '꽁피사건'도 벌어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때 이런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는 에스프레소는 쓴 것, 탄맛 나는 것이라는 커피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런 인스턴트커피의 대량생산은 손쉽게 달달하고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방을 시작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다방의 몰락
물론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커피를 통해 다방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처음에는 손쉽게 커피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지만, 역시 커피 수요자들 또한 커피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1976년 12월 23일 동서식품은 세계 최초로 간편하게 물에 타 마시는 '커피믹스'를 개발해 시판했습니다. 커피를 직장에서 손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게 되자 다방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동서식품도 인스턴트커피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고객인 다방을 홀대할 수는 없었죠. 일본 전문가를 초빙해 다방 경영을 위한 세미나를 열면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나섰지만, 그러한 노력도 다방의 몰락을 막을 수는 없었죠.
커피믹스의 급성장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위축되었지만, 이 어려운 틈을 타 커피믹스 시장은 오히려 급성장했습니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냉온수기의 보급률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냉온수기의 온수가 85℃ 정도인 것도 커피믹스를 타먹기 좋은 온도이기 때문이죠. 이런 환경 덕분에 커피믹스는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커피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
하지만 언제나 승승장구를 하다 보면 대항마들이 생겨나죠? 커피믹스의 큰 인기와 함께 동시에 성장한 것이 커피 전문점들이었습니다. 이때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테이크아웃 문화가 확산되면서 스타벅스를 필두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인기 있었던 드라마 '팬트하우스' 등에서도 PPL로 나왔던 캡슐커피 등에게 밀려나기 시작했죠. 물론 동서식품은 호락호락당하고 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설탕 등을 줄이기도 하고, 광고 모델들을 강화하기도 하고(개인적으로 김연아 선수의 화이트 모카골드 광고가 저는 가장 좋았던) 원두커피 붐이 불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최초로 출시해 시장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드립커피를 즐기고 있는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의 믹스커피를 홀짝홀짝 옆에서 한 입씩 마셨던 추억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호식품 중인 커피의 대중화에 인스턴트커피도 분명 일조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중에 하나라는 점도 가끔씩 커피믹스가 생각나게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커피 애호가분들께서도 바쁠 때는 가끔씩 커피믹스로 여유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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