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직접 분쇄하기
자신의 커피를 직접 가는 행위는 단순한 유행이나 멋을 부리기 위함이 아니라 일종의 의식과 같은 것입니다. 커피를 갈 때 나는 냄새를 맡으면 어떤 분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쓰시던 그라인더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커피 입문자가 커피의 아로마를 보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어떤 동기로 하게 됐든지 커피를 직접 갈다 보면 커피와 더욱더 깊은 관계를 갖게 됩니다.
왜 커피를 직접 갈아야 하는가?
향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원두를 갈면 주방은 즉시 커피 향으로 가득 차오르니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참 좋습니다. 커피잔에 입술이 닿기도 전에 커피를 향으로 먼저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니까요.
미각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커피를 직접 가는 것과 분쇄된 커피를 사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미리 갈아 둔 커피는 산화되기 때문에 본연의 아로마 대부분을 잃어버립니다. 통원두는 분쇄된 원두보다 공기에 노출된 면적이 10000배나 작습니다. 따라서 통원두 상태로 보관하고, 필요한 순간에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로스팅한 커피의 아로마를 보존하기 위한 최고의 보관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원두를 직접 갈아서 쓰면 자신의 커피 제조 방식에 맞춰 분쇄도를 정할 수 있습니다. 분쇄 입자 크기는 커피 추출에 걸리는 시간과 추출된 커피의 진한 정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너무 연하고 바디감이나 아로마가 없는 맛없는 커피가 된다거나 과추출되서 너무 시거나 쓴 커피가 된다거나 하는 극명한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분쇄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를 직접 가는 방법은?
직접 원두를 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주 좋지만 내가 쓰는 커피 추출 기구에 따라 알맞은 분쇄도도 미리 알고 있어야 진정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커피 추출 기구는 정확히 어떤 분쇄도에서 제 기능을 할지 정해져 있으므로 이 분쇄 입자 크기를 잘 맞추어야 가지고 있는 원두에서 가장 좋은 맛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분쇄 입자 크기를 일상의 식자재와 비교한다면
-매우 가는 분쇄: 터키식 커피에 알맞음. 밀가루와 비슷한 질감.
-가는 분쇄: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알맞음. 큐민 가루와 비슷한 질감.
-중간 분쇄: 전기 커피메이커나 모카포트에 알맞음. 일반 상점에서 파는 커피 분말과 비슷한 질감.
-약간 굵은 분쇄: V60 하리오 핸드 드리퍼나 케멕스, 콜드브루에 알맞음. 백설탕과 비슷한 질감.
-매우 굵은 분쇄: 프렌치 프레스에 알맞음. 흑설탕과 비슷한 질감.
*더 세분화해서 분쇄하기도 하지만 가정에서는 위의 5가지 정도만 아셔도 충분히 좋은 커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어떤 그라인더를 선택해야 할까?
부피, 소음, 시간, 가격, 분쇄 품질 등 그라인더를 선택할 때는 고려해야 할 요건이 많습니다. 각 그라인더마다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완벽한 분쇄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예전보다 최대한 그 단점을 보완하여 제품을 출시하려는 기술이 발전했을 뿐이지요.
| 전문가용 전동 그라인더 | 전동 그라인더 | 핸드밀 수동 그라인더 |
| 모든 종류의 커피 추출 기구에 알맞고, 카페에는 하나씩은 구비하고 있는 모델 | 중간 분쇄나 굵은 분쇄에 알맞음 | 드립 커피, 프렌치 프레스, 모카포트에 알맞음 |
| 장점 -다양한 분쇄도 선택 가능(상대적) -균일한 분쇄도 -반자동 커피 머신, 포터 필터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음 -유지보수 용이 |
장점 -작고 조밀함 -신속성 -매우 간단한 사용법 -싼 가격 |
장점 -조밀하고 이동이 자유로움 -유지보수 용이 -긴 수명 -싼 가격 |
| 단점 -부피가 큼 -가격이 비쌈 |
단점 -용량이 적음 -균일하지 않은 분쇄도 -소음 |
단점 -분쇄도를 설정하는데 오래 걸림 -분쇄도를 자주 바꾼다면 적합하지 않음 -가늘게 분쇄할수록 오래 걸림 -많은 양을 분쇄한다면 힘이 |
이번에는 왜 커피를 직접 갈아야 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카페에서 전문가용 전동 그라인더로 소량 분쇄해서 오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가능하시다면 본인의 커피 추출 기구에 맞게 알맞은 그라인더를 구비하신다면 더욱 맛 좋은 커피를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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