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기원
오늘은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커피 당구공'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커피 당구공은 커피의 기원지가 어딘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커피 당구공
에티오피아에는 소를 키우며 사는 오로모(Oromo)족이 있습니다. 오로모는 '힘이 있는 자'를 의미하는데, 현재 에티오피아 인구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최다 민족입니다. 유목민인 이들은 자주 이동해야 했기에 간편하게 지니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것을 잘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체리처럼 빨간 열매를 씹으면 힘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매를 통째로 먹다가 그 에너지가 바로 씨앗에 농축되어 있음을 깨닫고, 오랜 세월을 거쳐 열매를 동물성 기름과 볶아서 당구공 또는 골프공만 하게 뭉쳐 갖고 다니며 힘을 써야 할 때마다 꺼내 먹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여러 방면으로 편리했습니다. 사냥을 하거나 이웃 부족과의 전쟁이 있을 때, 새 주거지를 찾으려고 산속을 헤맬 때 이 '커피 당구공'은 비상식량으로 제격이었습니다. 입에 쏙 넣으면 곧 에너지가 불끈 솟아오르고 집중력도 바짝 높아지는 커피의 놀라운 능력은 다른 부족과의 전투를 앞두었을 때 더욱 요긴했습니다. 목숨을 건 전투를 앞두고 각 부족은 커피의 각성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기에 골몰했습니다. 전투에 앞서 커피를 마시는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기도 하고, 이 의식은 커피 마시는 방법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커피 당구공을 만들 때처럼 씨앗만 골라내 볶으면 우리가 현재 로스팅할 때처럼 피어나는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키운 것이죠. 톡톡 터지는 커피 팝핑(popping) 소리는 그들에게 승리를 약속하는 신의 응답이었습니다.
커피 세리머니
당시 '커피 당구공 식문화'는 넓게 퍼졌는데, 고지대에 살던 오로모족에게 커피가 전해지면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커피나무는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향미가 좋아지거든요. 오로모족이 더 좋은 커피 열매를 구하게 되면서 커피를 즐기는 문화는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지금도 오로모족의 주거지에서는 말린 커피 열매를 동물성 기름에 넣어 함께 끓이다시피 해서 내놓는 커피가 관광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방식은 흔히 에티오피아의 전통 추출법이라고 말하는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와는 다릅니다.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는 커피의 씨앗만을 골라내 볶은 뒤 물에 끓이면서 카르다몸이나 정향 등의 향신료를 넣거든요. 오로모족의 커피 세리머니는 '부나 칼라'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커피를 살육한다'는 뜻입니다. 이들에게는 사육제(carnival)인 셈이죠. 의식은 오로모족의 여인들이 맡는데, 부나 칼라를 하면서 읊조리듯 계속 주문을 욉니다. "커피의 향기를 신에게 드리니 부족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내려주세요."라면서요. 오로모족은 전통적으로 커피나무는 신의 눈물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다른 나무와 달리 특별하다고 믿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니 인류뿐만 아니라 커피도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임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요? 에티오피아의 하다르 계곡에서 320만 년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루시'의 뼈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현재까지 인류의 기원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루시가 발굴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커피가 처음 발견된 지역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카파가 있구요. 다른 몇 가지 설에서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먼저 커피를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저는 커피 당구공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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