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특히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커피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커피의 황제로 불리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동물 커피의 대명사인 ‘루왁 커피’, 마크 트웨인이 사랑한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 커피의 귀부인으로 지칭되는 ‘예멘 모카 마타리’, 이제는 최고급 커피로 누구에게나 이견없이 인정받는 ‘파나마 게이샤’ 등 5가지 정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5대 커피가 아니라 3대 커피로 정리해 보려는 이유는 커피의 취향은 개인적인 것이며 스페셜티 커피가 각광을 받는 현재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3대, 5대 커피 등을 가리기는 너무 어려우므로 꽤 긴 시간 동안 사랑받았던 커피의 대중화를 이끈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 ‘파나마 게이샤’ 3가지의 커피가 가장 전통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커피의 황제로 불리는 ‘파나마 게이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3대 커피] 파나마 게이샤 커피
천혜의 커피 생산지, 바루 화산
게이샤라는 말은 일본 기생을 일컫는 뜻 같지만, 사실은 에티오피아의 어느 마을 뒷산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게이샤 커피 덕분에 파나마는 생산량으로는 60여 개의 커피 생산국 가운데 36위에 위치하지만 커피 품질은 세계 1위를 다투기 때문에 생산량과는 별개로 그 존재감만은 커피의 세계에서 어마어마합니다. 파나마는 풍부한 강수량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구름이 커피나무를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파나마 최고의 커피 산지는 서부 지역에 펼쳐져 있는 치리키 주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산지가 게이샤 커피를 명품으로 길러낸 바루화산유역입니다.
커피의 향미를 풍부하면서도 균형 잡힌 질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단연 ‘테루아’로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길러낸 테루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지대’와 ‘화산 토양’입니다. 바라화산은 평균 고도가 1800m이며, 정상은 3474m로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최고의 높이를 자랑합니다. 파나마 현지인들은 “맑은 날이면 바루화산 정상에서 좌우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이 바루화산에는 보케테라는 마을이 아주 유명한데 그 이유는 게이샤 커피 품종을 세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에스메랄다 농장’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에스메랄다 농장은 바루화산 지역의 해발고도 1700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코스타리카와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게이샤 품종을 코스타리카로도 전파하였습니다. 칼데라강이 연간 풍부하게 흐르며, 기후도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하여 농사짓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나마 커피의 전성기를 연 게이샤 커피
파나마에 커피가 전해진 것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세기말 한 영국인 선장에 의해 전해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커피 묘목을 서남부 해안의 낮은 지역에 심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커피나무는 병충해를 피해 고지대로 옮겨졌습니다. 재배자들은 경험적으로 고지대에서 품질이 좋은 커피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바루화산지대인 보케테 계곡에 커피 농장의 군락이 형성되었죠. 바루화산지대는 화산 토양으로 비옥하고 미네랄이 풍부하여 커피나무가 왕성하게 자라며 영양 성분이 가득한 커피 열매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열대 해양성 기후로 일조량이 풍부하면서도 하와이처럼 자연적인 구름이 잘 만들어져 아주 무더운 시기에도 구름과 태평양과 대서양 양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평균기온을 낮춰 커피의 품질이 최상으로 유지됩니다.
이런 최상의 게이샤 커피는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서 처음으로 커피 경연에 출전해 단숨에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때의 가격은 가히 대중들에게 충격과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세계 커피시장에서 게이샤 품종이 거래된 바 없지만, 에스메랄다 농장이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 '자라밀로 스페셜'이라는 명칭으로 게이샤 커피를 출전시켜 우승을 차지하고 단숨에 1파운드에 21달러라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비싼 가격에 낙찰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21달러면 조금 비싼 정도로 느껴지겠지만, 그 이전까지 커피 생두 가격이 1파운드에 1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20배가 넘는 아득한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커피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죠. 그렇게 경매 기록을 경신하던 중 2013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 또다시 에스메랄다 농장에서는 '에스메랄다 스페셜 내추럴 커피 C.V. 가 1파운드에 350.25달러로 일본 업체에 낙찰되며 우리나라 돈으로는 1kg당 87만 원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며, 더 이상 가격적인 면에서는 3대 커피를 넘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왜 게이샤 중에서도 에스메랄다 농장이 특별할까?
게이샤 품종의 진가는 보케테에 있는 에스메랄다 농장의 주인인 '프라이스 피터슨'의 손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자신의 농장에 '에메랄드 보석'이라는 뜻의 에스메랄다라는 이름을 붙인 피터슨은 1996년 보케테 자라밀로 지역에 있는 한 농장을 경매로 구입했는데. 이 농장이 바로 훗날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게이샤 품종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농장은 한스 엘리엇이라는 스웨덴 사람이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뭔가 색다른 맛을 내는 커피나무가 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었습니다. 피터슨은 그 소문을 귀여겨듣고 이 농장을 사들이자마자 소문의 주인공인 색다른 맛을 내는 커피나무를 자신의 농장 곳곳에 옮겨 심었습니다. 그는 이들 커피나무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 같은 농장에서 자란다고 해도 장소에 따라 향미가 달라질 정도로 민감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게이샤 품종이 원종이어서 병충해에 약하지만 그늘에서 서서히 자라게 하는 등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 재배하면 다른 품종이 따라올 수 없는 인상적인 향미를 풍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2004년 대회에서 게이샤 품종을 출품하면서 맛이 너무나도 특별했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들이 키워낸 품종이 게이샤 품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에스메랄다 자라밀로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출품을 해 우승을 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게이샤 품종으로 확인이 되었지만, 다른 국가의 게이샤 품종들과 달리 특별한 향미를 지닌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다양한 품종의 커피가 자랄 수 있는 파나마의 재배환경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보케테의 많은 커피 농장은 티피카와 게이샤를 비롯해 카투라, 카투아이, 버번, 산 라몬, 파체, 문도노보 등 여러 종의 커피가 함께 자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샤 품종이 에스메랄다의 치밀한 농법과 어우러지면서 긍정적인 형질을 받아들여 복합미가 좋아진 것이 아닐까라는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추측일 뿐 게이샤의 향미의 비밀은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풀리지 않아 여러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대회 심사위원들은 기존 커피와는 차원이 다른 향미를 뿜어내는 게이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 모금 머금으면 꽃밭의 한가운데에서 장미, 재스민, 오렌지꽃 같은 꽃향기와 꿀처럼 끈적이는 듯한 농밀한 단맛, 향수를 뿌린 듯 좀처럼 가시지 않는 긴 여운 패션후르츠와 같은 부드러운 산미와 깊은 복합미 등이 인상적인 게이샤의 향미에 심사위원들은 유래 없이 높은 점수를 매기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을 지낸 릭 라인하트의 감상평을 들으면 한 마디로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의 특징을 잘 요약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이샤 커피는 강렬한 아로마와 복합미가 잘 어우러지는 데다 산미와 묵직한 바디감, 단맛까지 완벽하게 가미되면서 이제껏 내가 마셔본 커피 중 가장 완벽했다. “라는 말을 전하며 커피 애호가들에게 꼭 한 번 게이샤 커피를 마시고픈 마음에 불을 지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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